일본 애니메이션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봤다. 기획/각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미야자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가 맡았는데 2011년도에 개봉하였다.
'코쿠리코' 란 프랑스어로 개양귀비란 뜻이다. 양귀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마약을 만들 수 없기때문에 재배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유럽에서는 풍년을 상징하는 꽃으로 오래전부터 농작물로 재배되어 음식이나 약용에 쓰여왔다. 제 1차 세계대전때 전장터에서 한 캐나다군 중령이 쓴 시 < 개양귀비 들판에서> 가 알려지면서 영연방국가에서는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꽃으로 쓰인다. 여주인공의 하숙집마당에도 피어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죽은 아버지가 스토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의적인 의미로 지은 제목같다.
이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약 20년뒤로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1963년이다. 일본은 요새 우리가 2030년에 부산에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세계엑스포를 1970년에 오사카에서 동아시아 최초로 열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아버지의 죽음에 한국전쟁이 언급되는데 마음이 안좋았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이 한국의 6.25 전쟁중 미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담당하면서 일본의 경제는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1964년엔 올림픽까지 치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죽은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으로 매일 깃발을 올리는 우미. 할머니와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하숙집 음식을 담당하는 씩씩한 캐릭터다. 하숙집 마당에 피어있는 개양귀비.
스러져 가는 동아리 건물 '카르티에 라탱' 에서 우미는 남자주인공 슌을 만나고 손을 다친 슌을 도와주기 위해 학교신문 만드는 일을 도와준다.
'카르티엥 라탱'은 파리의 센강 좌안의 대학가를 뜻하는데 1968년 프랑스의 68운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교내에서 이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자는 파와 절대로 허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두 파가 갈려져서 열띤 토론을 하는 장면이다. 슌은 건물을 지키려고 여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건물 전체를 청소한다.
우미도 같이 건물을 청소하면서 슌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간다.
저녁거리를 사러 나온 우미와 우연히 마주친 슌, 우미를 자전거 뒤에 태워 언덕 아래 상점까지 데려다 준다. 해거름한 저녁,하나 둘 상점에 불이 켜지면서 자전거위 두 사람의 달달한 썸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하지만 고난은 있는 법, 우미의 집에 놀러 간 슌은 우연히 우미의 옛날 아버지 사진을 보게 된다. 슌의 표정은 굳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슌이 사진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는데 우미가 가지고 있던 바로 그 사진이다. 의붓남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슌의 우미에 대한 태도는 냉랭해지게 되며, 우미는 갑자기 변한 슌의 태도에 당황하고...
1968년 프랑스 소르본에서 일어난 5월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일본 도쿄 오사카등에서도 학생들의 점거투쟁이 벌어지는등, 60년대는 다양한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한 저항과 변화를 요구하는 학생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했던 시기다. 동아리 건물이름을 '카르티에 라탱' 이라는 프랑스에서 시발된 학생운동이 일어난 장소로 지은 점으로 추측컨대, 60년대 시대상을 진하게 그려보고 싶어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램이 그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아들인 고로가 제대로 표현하기엔 약간 역부족이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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