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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ovie

일본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by 로버스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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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이 계속 되고 습도도 높아서 기분지수가 아주 낮은 날, 최근 개봉해서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역시 감독,각본을 맡은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을 봤다.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이러한 것들을 두 달 전 고등학교에 갈 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 교복 밑단을 적시는 다른 사람의 우산 / 누군가의 수트에 밴 나프탈렌 냄새 / 등을 누르는 체온 / 얼굴로 불어와 닿는 에어컨의 불쾌한 바람 /어린 시절에 본 하늘은 훨씬 가까웠다 / 그래서 하늘 내음을 데려오는 비를 좋아하게 됐고 /지하철로 환승하지 않고 그냥 개찰구를 나온다

비 오는 날 아침 학교 오전수업을 빼먹는 고등학교 1학년생 타카오의 아름다운 독백으로 영화는 시작되는데 대부분 그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도쿄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싶어한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스토리보드 제작을 위해 수천장의 사진을 찍고 사진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작업으로 영화내내 나오는 비 장면을 너무 아름답게 묘사해서 장마가 기다려질 정도다.

타카오는 비 오는 날 오전 수업을 빼먹고 공원에 간다. 공원 내 정자 아래에서 홀로 맥주를 마시는 유키노를 마주친다.  타카오는 노트를 펴 스케치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유키노는 아무 말 없이 맥주와 초코렛을 먹는다. 타카오는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에 물어 보지만 유키노는 부정하다 힐긋 교복 배지를 보고 만났을 수도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짧은 시 한 수 읇고 사라진다.

         

 

타카오와 유키노가 처음으로 만나는 이곳은 도쿄의 신주쿠교엔으로 에도 시대(1603~1867)엔 무가 저택의 부지였던 도쿄판 센트럴 파크인데 1949년에 공원이 되었다. 일본식 정원, 프랑스식 정원, 영국식 정원의 세 가지 특징의 정원이 있으며 봄에는 1,500그루의 벚나무가 공원을 분홍빛으로 물들여 일본 전통 관습인 하나미(벚꽃놀이)를 체험하기 좋은 곳이다. 다만 정원내에서는 음주가 안된다.

 

 

하늘에 천둥이 / 여러개 울리니 /드리운 구름에 / 비라도 오려나 /당신을 붙드네 /                                                               

유키노가 남긴 짧은 시를 궁금해 하며 타카오는 장마 기간 동안 오전 수업을 빼먹고 비 오는 날마다 정원에서 역시 회사를 안 가는 유키노를 만나며 둘은 친해지게 된다.

밤에 잠들기 전 /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 나도 모르게 비가 오기를 빌고있다 / 맑은 날에는 / 내가 몹시 아이같은 장소에 있는 것 같아서 / 그저 초조하다 / 직장이나 사회같은 / 그 사람이 평소에 있을 듯한 세계는 / 나와는 무척이나 멀다 / 세계의 비밀 그 자체처럼 / 분명히 알고 있는건 딱 두가지다 / 그 사람에게 있어 15세의 나는 / 분명 그저 어린애뿐이라는 걸 / 그리고 구두를 만드는 일만이 / 나를 다른 장소로 데려다 줄 거라는 점

 

 

타카오가 여자 구두 만드는 일을 어려워 하자 유키노는 발모델이 되어 준다. 아직 타카오는 유키노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이름조차도. 구두 만드는 일에서 제일 행복감을 느끼는 타카오는 학교내에서 일어 나는 일은 전혀 모른다. 그래서 유키노의 발 본을 뜨면서 잘 걷지 못하게 돼버렸다고 말하는 유키노의 말을 이해 못하는 타카오.

 

 

하늘에 천둥이 / 여러개 울리고 / 비님이 안 와도 / 이 몸은 있겠네 / 그대가 원하면 /                                 

비가 오면 당신은 여기  머물러줄 겁니까? / 비따위 오지 않아도 여기 있겠어요 /                                                               

유키노의 정체를 알고 난 타카오는 유키노를 처음 만난 날 들은 시에 대한 답가를 정원에서 하고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데...  정말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다.비오는 장면들

 

 

유키노와 타카오가 주고 받은 시는 만엽집(만요슈)에 나오는데 만엽집은 많은 시를 엮은 책으로  8세기 중반에 편찬된 이 시집에는 황제, 귀족, 전사, 평민을 포함한 다양한 시인들에 의해 창작된 약 4,500편의 시가 포함되어 있다. 

유키노와 타카오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데 압권이다. 성우들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유키노의 전공이 고전이여서 고전시구가 많이 나오는데 뛰어난 영상과 함께 잘 어우러져 영화에 깊이감을 더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바램대로 도쿄 신주쿠에 가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인 것 같다. 마지막에 나오는 OST Rain 을 들으며 요번 장마는 잘 견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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