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끝까지 읽지 못했었다. 마찬가지 이유로 <어린 왕자>도 너무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와 이 책들을 다시 보니 이 책은 어린이용이라기 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장수의 티타임은 홍차 회사들이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앨리스는 모자장수,3월 토끼,겨울잠쥐 등이 모여 앉아 있는 티파티에 참석해 파티를 즐기려 하지만 미친 모자 장수는 말도 안 되는 수수께끼를 풀고, 3월 토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끼어든다.
겨울잠쥐는 반쯤 잠든것 같았지만 가끔 깨어나 대화에 끼어 든다. 세 캐릭터는 테이블 주위에서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고 접시는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들은 6시에 티파티를 시작하는데 시계가 6시에 멈춰 있기 떄문에 하루 종일 티파티를 즐긴다
19세기 영국에서 오후의 티타임은 모든 계층의 즐거운 생활습관이 되었는데 점심과 저녁식사 사이에 즐기는 오후의 티타임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7대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Anna Maria 7th Duchess of Bedford, 1788~1861)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베드포드 공작부인은 점심과 저녁사이의 시간이 너무 길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차와 함께 다식(tea food)을 먹었는데 점차 상류층 부인들 사이로, 그리고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영국 전역에 유행하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하였다. 오후의 티타임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의 시간으로, 짧게 한두 잔으로 끝내지 않고 여러잔을 마셔대는 여유로움과 화려한 티테이블이 갖추고 있었다. 응접실에 차려진 티 테이블 위에는 항상 차와 다구, 그리고 각종 다식들로 풍성할 뿐 아니라 이야깃 거리 또한 풍성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생활의 여유야말로 영국 홍차의 진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서민들은 맘놓고 여유로운 오후의 티타임을 즐길 수 없는 데 반해 귀족들은화려하게 셋팅된 티테이블에서 온갖 가쉽거리를 내놓으며 시간을 보내는걸 앨리스의 티타임을 통해 풍자한 것 같다.
빅토리아 여왕을 다룬 영화 <빅토리아 & 압둘> 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어떤 귀족의 영지를 방문하러 가는 도중, 하인들이 테이블을 비롯하여 의자, 애프터눈티에 필요한 모든 집기를 들고 여왕이 지정한 자리에 세팅하고 여왕은 측근들과 애프터눈티 타임을 가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홍차와 애프터눈티가 영국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 주고있다.
애프터눈 티에서는 삼단트레이에 다식을 차와 곁들여 먹는데 1층에는 각종 짭짤한 핑거푸드(Savouries)와 샌드위치, 2층에는 잼과 크림을 곁들인 스콘, 3층에는 케이크,비스킷등 각종 디저트를 담는다. 1층의 짭짤한 음식부터 먼저 먹고 그 후 2층, 3층의 순서대로 음식을 먹는다.
오늘날 애프터눈 티는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영국의 문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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