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만큼 볼 게 넘쳐나는 시대는 없었다. 이런 시대에 책 한 권으로 한 달을 버틴 작가가 있다. 하지희. 프랑스 문화를 동경하고 음식을 좋아해 프랑스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파리 르 꼬르동 블루 Le Cordon Bleu를 졸업하고 남부 도시의 레스토랑에서 세컨드 셰프가 될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아시아 여성 이방인으로서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며 타인과 생명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번아웃을 겪은 뒤 집과 직장을 정리하고, 밴을 움직이는 집 삼아 3년간 유럽 곳곳을 누비며 살았다. 이 경험으로 책 <가끔여행하고 매일 이사합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는 한 권의 책을 한 달동안 읽는다는 것은 곧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문장들을 천천히 몸에 새기는 것' 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정해 읽고 또 읽으면, 너덜너덜해진 책만큼이나 읽은 사람도 달라진다고 한다. 책을 동시에 여러권 번갈아 가며 읽는 나같은 사람이 한 번 시도해 볼만한 것 같다. 언제부턴지 한권을 다 읽은 뒤에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게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엔 너무 재밌고 훌륭한 책들이 많기 때문에 진득하게 여유부리면서 읽는 행위가 사치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TV나 휴대폰등 화면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뭐가 그리 마음이 급해지는지 뉴스,기사같은 정보는 띄엄띄엄 읽게 되고, 영화나 드라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잘 보게 되지 않게 된다.
작가는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1년간 11권의 책을 읽었는데 한 권의 책을 느리고 깊게 읽자, 책이 작가에게 새롭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마치 든든한 동료나 친구를 얻는 기분을 느끼며 이어 나간 책과의 대화는 어느새 작가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어 삶 그 자체가 되었다.
우리는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삶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통념을 순순히 따르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고 그게 내게 무엇을 남기는지 지켜보겠다'라는 그녀다운 생각으로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기 시작했고 한 권의 책이 삶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이 책에 기록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고른 11권의 책들을 검색하고, 또 검색한 책을 다운받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정말로 책다이어트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작가가 읽은 책목록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적어 본다.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정지혜, <소란> 박연준,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아무튼, 비건> 김한민, <대리사회> 김민섭, <사라지는 번역자들> 김남주, <안녕, 동백숲 작은집> 하얼과 페달,<심신 단련> 이슬아,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 김혜령
목록에서 읽은 책도 몇 권 있었다. <아무튼,비건>의 작가 김한민의 형 김산하가 쓴 <비숲>이란 책도 재밌는데 형제가 사이좋게 환경과 자연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좋아하는 번역가가 번역한 책들을 찾아 보는 습관이 있는데 김남주 번역가도 좋아하는 번역가중 한 명이여서 반가웠다. 이슬아와 은유 작가는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요번에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내가 한 달에 한 권읽기 도전하려면 목록만드는데 1년 걸릴 것 같다. 아직은 내겐 시기상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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