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코로나가 한풀 꺾이고 해외 여행이 슬금슬금 재개되기 시작할 때 베트남에 가족여행을 다녀 왔었다. 세계 커피 생산국 2위인 나라답게 어딜가도 커피가 무척 맛있었다. 패키지로 가서 한국인 필수 코스라는 콩카페에 못 들러서 많이 아쉬웠는데 서면에 콩카페가 생긴 걸 보고 반가워서 비오는 날 10시 반 오픈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였다.
3층으로 된 콩카페는 베트남 현지 콩카페와 똑같은 컨셉으로 만든 것 같았다. 베트남 분위기가 물씬 나서 잠시 착각이 들 정도로 베트남처럼 해놓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체구가 작아서 의자가 작고 의자 높이도 낮은 곳이 많았다. 숏다리인 내겐 안성마춤이였다. 그리고 무척 습하고 더운 날이여도 그들의 표정이 참 밝아서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로 베트남도 관광 사업 분야에 타격이 컸을 텐데도 구매를 부추기는 호객행위에 노라고 거절해도 방실방실 웃는 얼굴의 행복한 모습에 나도 느긋해 지게 되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옆엔 포스터가 붙여 있다. 거리로 향한 큰 창 앞에 드리워진 대나무 발이 카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창 밖을 보며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 2층에 있다. 올리브 그린 천장에 다듬지 않은 시멘트 벽면, 사각형 미니 테이블에 군데 군데 붉은 빛의 천으로 커버를 씌운 의자가 포인트가 되어 예쁜 공간을 만들어 냈다.
3층에는 빈티지한 시멘트 벽면에 베트남 영상을 띄워 놓아서 베트남을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좋은 아이디어 같다. 전등 커버도 의자커버와 깔맞춤이다.
4층은 루프트 탑이다. 올리브 그린 벽에 딥 그린 파라솔이 비를 맞고 있었다. 알전구도 있어 밤에 와 서면 밤을 느끼기에 좋겠다. 다시 3층으로 내려와 창가에 자리 잡았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고 카운터에서 마이크로 알려 준다. 커피를 마시며 간간이 들리는 마이크 소리가 재밌었다.
베트남 여행에서 사 온 족제비똥으로 만든 위즐커피는 핀이라는 기구로 추출하는데 향긋한 카라멜 마키아또 같은 맛이 나고 카페인도 거의 없어서 밤에 마시기도 좋았다. 그런데 가격이 좀 비싸다. 핀 커피로 추출하는 방식은, 잔 위에 핀을 올려 놓고, 핀 안에 분쇄한 원두를 넣고 물을 붓는데 핀 바닥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천천히 추출된다. 베트남에서는 이렇게 추출한 커피를 달콤한 연유에 섞어 마시며 이를 카페 쓰어(Caphe Sua)라고 한다.
우리는 브런치여서 연유없는 비나카노와 반미 샌드위치 두 개를 주문해 먹었다. 비나카노는 핀으로 추출한 아메리카노이고 반미(Banh Mi) 샌드위치는 바게트를 반으로 가르고 채소와 고기, 해산물을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이다. 바게트가 폭신폭신해서 먹기 좋았다. 비오는 날 맛있는 베트남 브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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